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된 김환기 ‘우주’가 14일부터 일반 관람객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우주'는 한국 미술품 중 첫 100억 원대이며 현재까지 최고가 작품으로, 2019년 경매 낙찰 이후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영동대로 S-타워에 자리한 문화예술공간 S2A는 "14일부터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 전에서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대표작 17여점을 전시한다"고 13일 발표했다. S2A는 글로벌세아 그룹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지난 7월 개관전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영원한 여정'을 선보인 바 있다.
'우주', 글로벌 세아그룹 회장 소장
7월 개관전이 열릴 때 글로벌 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이 2019년 낙찰된 '우주'의 소장자임이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김 회장은 “작품을 낙찰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작품을 해외로 내보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는 안도감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낙찰받은 이후 줄곧 이 작품을 일반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모든 사람이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최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더불어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가 선정한 '세계 200대 미술품 컬렉터'에 포함됐다. 올해 세계 200대 컬렉터 중 한국인으로는 김 회장과 서 회장 등 2명이었다.
전시 출품작은 김 회장 외에 "미술품을 함께보자"는 뜻에 공감한 11인의 컬렉터들이 무상으로 대여해준 작품으로 구성됐다. 17점 중 김 회장 소장품은 '우주'와 '섬'(1960년대) 두 점이다.
달항아리부터 전면점화까지
'우주'를 포함해 이번 전시에 나오는 17점은 1950년대 달항아리부터 1970년대 전면 점화까지 김환기의 전 시기를 아우른다. 보통 김환기 작품은 동경∙서울시기(1933-1955), 파리∙서울 시기(1956-1962), 뉴욕시기(1963-1974)로 구분된다.
동경· 서울 시기작품으로는 달항아리를 그린 작품 2점 등이 나왔으며, 이후 파리· 서울 시기 작품으로는 '영원의 노래' 등이 나왔다. 김환기는 생전에 달항아리를 가리켜 "최고의 미술품"이라고 칭송했다.
1963년 이후의 뉴욕 시기 작품으로는 이전 시기의 구상 작품들이 전면점화로 이행해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색띠 작품과 십자구도, 그리고 김환기 회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면 점화 7점(캔버스 5점, 종이 2점) 등을 볼 수 있다.
우주, "김환기 예술의 정수"
1971년 작 '우주'는 별도로 마련된 어두운 방에 단독으로 걸렸다. 이 작품은 김환기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면점화로, 유일하게 두 폭이 합쳐져 한 작품을 이룬 형태다. 두 작품을 합쳐 254x254cm(각 254x127cm)의 정사각형으로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큰 규모다. 또 작가 자신의 일기에 작품의 시작부터 완료시까지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유일한 작품이다.
작가는 유화 물감과 서예 붓을 함께 썼다. 수묵의 발목 기법과 같은 붓질로 무한한 깊이감과 웅장한 공간감을 더했다.
'우주'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 시절부터 김환기와 인연을 맺은 주치의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김 마태 (마태 김정준) 박사가 작품이 제작된 해에 작가로부터 작품을 직접 구매해 47년간 소장해왔다. 2004년까지 김마태 박사 댁에 걸려있었고 같은 해 8월 환기 미술관에 장기 대여했다. 이후 2019년 크리스티 경매사에 작품이 출품됐으며 132억에 낙찰됐다. 전시는 무료이며, 인터파크를 통해서 예약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일·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