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미소는 대체 어디에?…고전 명화의 유쾌한 재해석

KBS 뉴스. 김석 기자

여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아주 굵은 선으로 형태를 그리고, 네 가지 색으로 간결하게 채색했죠. 이것만 봐선 뭔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네, 그럴 만도 합니다. 선과 색 모두 극도로 단순화한 이미지이니까요. 다음 사진에 해답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붐비는 곳에 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입니다. 요즘 해외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젊은 중국 작가 장신이(Zhang Xinyi, 1987~)는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명화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합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보는 것. 그렇게 고른 이미지 위에 컴퓨터로 외곽선을 먼저 그립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작가에겐 어떻게 단순화할 것인지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일 수밖에 없죠. 위 스케치는 물론 맨 처음에 본 작품의 밑그림은 아닙니다. 실제 작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단순화한 결과물이죠. 하지만 스케치를 보면 작가가 이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를 몇 개의 원과 곡선으로 구획하고, 실제로 최종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의 대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입니다. 역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걸려 있습니다. 가운데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가 나부끼는, 그야말로 프랑스의 영광을 상징하는 작품이자, 루브르를 대표하는 작품이죠. 세로 2.5미터, 가로로 3미터가 넘는 이 대작을 과연 작가는 어떻게 재해석했을까요?

 

앞에서 본 <모나리자>보다 확실히 더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원작의 근엄함도 사라졌죠. 결의에 불타올라 깃발과 무기를 들고 전진 앞으로! 하는 원작의 장엄함, 숭고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오히려 색은 알록달록 화사하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동작은 되려 슬며시 웃음을 자아냅니다. 원작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원작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작가가 왜 이런 작업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되죠.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쓴 글입니다.

 

전시장에 걸린 모든 작품에 '원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비슷비슷한 그림의 나열로 전시 감상이 한없이 지루했겠죠.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면 작가 특유의 재치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원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살이 맞닿은 그곳을 식빵으로 가리고, 그 장면을 뒤에서 웃으며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붙인 제목이 압권이죠. 막후(Behind the Scenes)!

이 그림은 원작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전시장에서 보게 되는 건 장신이의 작품이지만, 관람객은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원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죠. 막전과 막후를 다 보게 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시 서문을 쓴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장신이 작가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장신이가 고전회화를 재해석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일상미감'으로 연결해 '시대미감 사이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기 위함이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걸작에 감동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시대를 초월한 영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과거를 과거에 머물게 하기보다, 현대 미감 속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숨겨진 의미를 끌어내고 미래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예술 브릿지' 역할을 감행하는 것이다."

 

원작 맞히기 못지않게 즐거움을 주는 그림들입니다.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들이죠. 모두 11명인데요. 이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맞힐 수 있을까요. 그냥 슬쩍 보기만 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저 이미지만으론 특정인을 쉽사리 떠올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저 얼굴 중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도 있으니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출처: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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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5,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