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작가 에드가 플랜스(46) 작품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 대중문화 아이콘인 슈퍼 마리오, 슈퍼맨, 배트맨, 스누피 등이 항공모자를 뒤집어쓴 채 큰 눈을 깜빡이며 그림 속에 숨어 있다. 표정을 가린 이 작은 영웅(Hero)들이 아시아 컬렉터(수집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귀여운 이미지의 현대미술에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붓는 MZ세대를 홀린 플랜스의 국내 첫 단독 전시가 매일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대치동 문화예술공간 S2A에서 전시 '인 마이 커피 타임(IN MY COFFEE TIME)'이 8월 31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9월 서울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위크'를 맞아 코엑스 인근에서 세계적인 인기 작가를 만날 기회다.
작가의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망토를 두른 영웅 캐릭터를 흉내 내는 듯한 '애니멀 히어로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색감에 낙서처럼 그려졌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플랜스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전쟁, 기후변화, 아동학대, 인종차별, 양성평등 등 깊은 주제의식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해결할 수 없는 재난을 이기게 해줄 '슈퍼 히어로'를 염원하는 현대미술 팬들이 그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다.
197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2021년 알민 레슈 브뤼셀, 2023년 쑤저우 현대미술관 등에서 대규모 전시를 하며 스타로 거듭났다. 플랜스의 '영웅'은 1980년대 그라피티로 낙서와 예술의 경계를 무너트린 미국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이었다. 10대 시절 미술 교육을 포기하고 독학으로 '스트리트 아트'에 빠져 자유분방한 작업을 발전시켰다. 플랜스는 회화, 공공미술 프로젝트, 대체불가토큰(NFT)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작년 3월 상하이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애니멀 히어로즈가 등장하는 작품이 8억5000만원에 낙찰돼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2021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레인보(Rainbow)'가 3억5000만원에 팔리며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국내 아트페어에도 플랜스 주요작이 걸리면 어김없이 '오픈런'이 일어나곤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에게 중요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관한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이 주로 소개된다. '커피 타임'은 작가에게 잠시 작업 활동을 멈추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작품을 바라보며 어떠한 변화를 줘야 할까 고민해 보는 시간이라고 한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