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게 최고다. 귀여움만이 우리를 구해줄 거다. 아니면 어떤가. 뭐 다른 동아줄이라도 있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금리가 오르고, 경제는 폭락하고, 갈등은 번지고, 그와중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냥 노는 삶. 흔하다. 기후 변화, 전쟁, 차별과 학대 같은 무거운 문제들도 끊이질 않는다. 우리 사회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보다. 스페인의 현대 미술가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는 슈퍼히어로처럼 망토와 마스크를 쓴 작은 동물들로 세상의 문제들을 향해 다가간다. 에드가 플랜스는 스트리트 아트와 그래피티 아트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는데, 특히 장 미셀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바스키아의 붓질 자국 위를 날아가는 애니멀 히어로라니, 너무 깜찍한 발상 아닌가. 애니멀 히어로즈는 뭔가 다르다. 슈퍼맨 같은 힘이나 아이언맨 같은 장비 대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녔다. 동물 영웅들이 귀여움으로 우리를 구해주길 바라며 에드가 플랜스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단독 전시인데, 기대가 클 것 같다.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전시 여정에 도움을 준 모든분들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고 감사의 표현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드가 플랜스의 작품에는 ‘애니멀 히어로즈’가 등장한다. 이 귀여운 친구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어려서 읽었던 책 중에 거리에 유기된 고양이와 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날 외계인이 나타나 유기된 동물들에게 초능력을 주었고, 동물들은 슈퍼히어로들처럼 수트를 입고 슈퍼파워를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편,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잃어버린 전통적인 가치들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동물들에게 슈퍼파워를 선사했다.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연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은 빈부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고, 사회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럴 기회나 여유가 된다면 도와줘야만 한다.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가장 마음이 쓰인다.
그나저나 ‘애니멀 히어로즈’는 너무 귀엽다. 천진난만하게 구름에 오르고, 하늘을 날기도 하며,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탐험한다. ‘애니멀 히어로즈’가 어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나? 가장 기분 좋은 점은 사람들이 귀엽다고 말할 때다. 소셜미디어에 ‘애니멀 히어로즈’ 사진을 포스팅하고, 스마일 이모티콘 등으로 귀여움을 표현하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응이다. 이유는 우리가 삶의 매 순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에는 너무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마음만 달리 먹으면 매 순간이 괴로울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우리 시대의 문제들은 긍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했다. 작업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이 귀여운 애니멀 히어로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전하고 싶다.
전작과 비교하면 ‘애니멀 히어로즈’의 외형이 달라졌다. 우선 눈망울이 커졌고, 머리도 좀 더 커진 것 같은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동공도 커졌지만, 얼굴도 많이 커졌다. 2년 전 애니멀 히어로즈와 비교해보면 동물들이 진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얼굴과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 다양하고 깊은 감정을 표현하려다보니 얼굴과 눈을 부각하게 됐다. 이미 크기도 하지만 여기서 더는 안 커질 거다. 지금 비율에서 얼굴을 더 키우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수도 있으니까.(웃음)
회화뿐만 아니라 드로잉, 아트토이, NFT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매체를 더 확장할 계획이 있나? 현재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애니멀 히어로즈를 시리즈로 만들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그 이후로는 토이를 만들고,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도 만들고,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여는 등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울에 대한 인상은? 여행을 가면, 그 곳의 아트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 거리를 걷는 것도 즐긴다. 그 지역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곳 사람들과 상호작용도 하면서 다른 일을 도모하기를 좋아하는데, 아직 서울에선 그런 시간이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중국 사회와 서울 사회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우 개방적이고,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느낀 서울의 아주 좋은 인상이다.
출처: 마끌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