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쿠사마 야요이의 ‘초록 호박’과 ‘6월의 정원’이라는 점묘화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내가 구입한 최초의 미술작품입니다. 신기한 것은 작가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처음 보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두 점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의류업체 세아상역으로 시작해 식음료 분야에 이어 건설 산업에까지 진출하며 의·식·주를 관통한 글로벌세아 그룹을 일군 김웅기 회장이 미술품을 수집하게 된 사연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 작가의 그림에 이유없이 빨려 들어간 김 회장은 시각을 넓혔고 안목을 높였다. 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점, 두 점씩 모았다.
그러던 지난 2019년, 김환기의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2폭짜리 푸른색 전면 점화 ‘우주’(원제 ‘5-IV-71 #200’)가 해외 경매에 출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애가 탔다. 중요한 작품이 외국으로 유출되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입찰했고 경합이 붙었다. 약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우주’를 손에 넣었다. 한동안 깨지지 않을 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이 됐다.
세간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침묵을 지켜온 김 회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1층에 최근 S2A를 개관했다. 문화향유를 통한 사회적 기여와 국내외 젊고 유망한 작가 발굴을 목표로 삼았다. 주요 미술관의 강북 편중이 심한 터라, 벌써부터 강남지역의 ‘미술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0명 이상이다.
미술과의 첫 만남을 만들어준 쿠사마가 개관전 ‘영원한 여정’의 주인공이다. 1929년 일본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방탕하면서도 강압적인 아버지와 폭력적인 어머니 슬하에서 부유하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종묘상 사업을 했고, 아이는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따라 나간 밭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박이 말을 걸어오는 환영을 경험한 10살 무렵부터 강박신경증과 환각·환청에 시달렸다. 유일한 위안이 미술이었다. 식탁보의 무늬가 탁자를 넘어 벽 전체로 퍼져 사방을 덮어버리는 환각이 특유의 점(Polka dot)무늬, 그물 문양으로 발전했다. 집착같은 반복적 패턴들은 환각의 탈출구이자 ‘무한’에 대한 도전이다.
항상 그리는 호박이지만, 같은 호박은 하나도 없다. 통통하게 부푼 호박이 있는가 하면, 풍만하게 벌어진 호박, 갸름하고 길쭉한 호박도 있다. 호박 꼭지의 기울어진 방향도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호박의 무늬로 제작시기를 구별하기도 한다. 소육영 S2A 디렉터는 “1990년대의 호박은 점무늬가 덜 동그랗고 배경의 그물 문양이 구불구불한 반면, 2000년대의 호박은 점무늬가 땡글땡글하고 네트(net)가 직선에 가깝게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오른쪽 첫 번째 벽을 주르륵 채운 호박 연작에서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안쪽에는 국내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54억 5000만원짜리 노란색 ‘호박’(1981)이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됐다. 검은 점무늬의 크기와 밀도로 호박의 양감을 살려낸 쿠사마의 매력이 돋보인다. 그 옆에 걸린 작품은 검은 배경에 노란 점무늬로 그린 ‘역전된’ 호박이라 독특하다. 이들 큰 호박은 김웅기 회장이 아닌 다른 개인의 소장품이다.
은빛 바탕에 색색의 점무늬가 새겨진 모자이크 호박 조각 ‘별빛이 흐르는 호박(Starry Pumkin)’은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명품이다. 무한히 퍼져가는 점과 그물에서조차 한계를 느낀 작가는 ‘무한’의 돌파구로 거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은빛 바탕이 바로 작은 거울 조각들이다. 지난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는 2014년 작 금빛 모자이크 호박조각이 약 67억원(4005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일본 신주쿠의 쿠사마야요이뮤지엄에도 분홍색과 금색을 활용한 모자이크 호박이 설치돼 있다.
의류업체 세아상역으로 시작해 식음료 분야에 이어 건설 산업에까지 진출하며 의·식·주를 관통한 글로벌세아 그룹을 일군 김웅기 회장이 미술품을 수집하게 된 사연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 작가의 그림에 이유없이 빨려 들어간 김 회장은 시각을 넓혔고 안목을 높였다. 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점, 두 점씩 모았다.
그러던 지난 2019년, 김환기의 최고 걸작이라 불리는 2폭짜리 푸른색 전면 점화 ‘우주’(원제 ‘5-IV-71 #200’)가 해외 경매에 출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애가 탔다. 중요한 작품이 외국으로 유출되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입찰했고 경합이 붙었다. 약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우주’를 손에 넣었다. 한동안 깨지지 않을 국내 미술품 최고가 기록이 됐다.
세간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침묵을 지켜온 김 회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1층에 최근 S2A를 개관했다. 문화향유를 통한 사회적 기여와 국내외 젊고 유망한 작가 발굴을 목표로 삼았다. 주요 미술관의 강북 편중이 심한 터라, 벌써부터 강남지역의 ‘미술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0명 이상이다.
미술과의 첫 만남을 만들어준 쿠사마가 개관전 ‘영원한 여정’의 주인공이다. 1929년 일본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방탕하면서도 강압적인 아버지와 폭력적인 어머니 슬하에서 부유하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종묘상 사업을 했고, 아이는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따라 나간 밭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박이 말을 걸어오는 환영을 경험한 10살 무렵부터 강박신경증과 환각·환청에 시달렸다. 유일한 위안이 미술이었다. 식탁보의 무늬가 탁자를 넘어 벽 전체로 퍼져 사방을 덮어버리는 환각이 특유의 점(Polka dot)무늬, 그물 문양으로 발전했다. 집착같은 반복적 패턴들은 환각의 탈출구이자 ‘무한’에 대한 도전이다.
항상 그리는 호박이지만, 같은 호박은 하나도 없다. 통통하게 부푼 호박이 있는가 하면, 풍만하게 벌어진 호박, 갸름하고 길쭉한 호박도 있다. 호박 꼭지의 기울어진 방향도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호박의 무늬로 제작시기를 구별하기도 한다. 소육영 S2A 디렉터는 “1990년대의 호박은 점무늬가 덜 동그랗고 배경의 그물 문양이 구불구불한 반면, 2000년대의 호박은 점무늬가 땡글땡글하고 네트(net)가 직선에 가깝게 변화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오른쪽 첫 번째 벽을 주르륵 채운 호박 연작에서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안쪽에는 국내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54억 5000만원짜리 노란색 ‘호박’(1981)이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됐다. 검은 점무늬의 크기와 밀도로 호박의 양감을 살려낸 쿠사마의 매력이 돋보인다. 그 옆에 걸린 작품은 검은 배경에 노란 점무늬로 그린 ‘역전된’ 호박이라 독특하다. 이들 큰 호박은 김웅기 회장이 아닌 다른 개인의 소장품이다.
은빛 바탕에 색색의 점무늬가 새겨진 모자이크 호박 조각 ‘별빛이 흐르는 호박(Starry Pumkin)’은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명품이다. 무한히 퍼져가는 점과 그물에서조차 한계를 느낀 작가는 ‘무한’의 돌파구로 거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은빛 바탕이 바로 작은 거울 조각들이다. 지난 5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는 2014년 작 금빛 모자이크 호박조각이 약 67억원(4005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일본 신주쿠의 쿠사마야요이뮤지엄에도 분홍색과 금색을 활용한 모자이크 호박이 설치돼 있다.
출품작 중 가장 오래된 1976년작 ‘신발’은 여성을 상징하는 구두와 성적 은유가 뒤섞인 청동 조각이다. 1960년대 뉴욕에서 전위예술가로 활동했던 쿠사마는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팝아트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작가는 제 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10시면 병원 앞 자신의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총 40여 점이 출품된 전시는 9월 14일까지다. 다음 전시는 김환기의 ‘우주’를 포함해 박서보·이건용·이우환 등 한국 대표작가들의 기량을 보여줄 작품전으로 예정돼 있다.
총 40여 점이 출품된 전시는 9월 14일까지다. 다음 전시는 김환기의 ‘우주’를 포함해 박서보·이건용·이우환 등 한국 대표작가들의 기량을 보여줄 작품전으로 예정돼 있다.
July 25, 2022